글쓴이 : 장현근 작가명 : 최소리
조회 1675 20240205
[최소리 비평] -파토스(Pathos)적 공명(共鳴; resonance)과 접화(接化)된 연금술(Alchemy)-
최소리 비평
-파토스(Pathos)적
공명(共鳴; resonance)과
접화(接化)된 연금술(Alchemy)-
1. 소리를 넘어 원시적 자유 욕망을 분출하다
최소리는
동네에 온 약장수 풍각쟁이의 등에 짊어진 북소리에 빠져 그를 따라 가출한 10살 이후 정규 공교육을
제대로 받아 본적이 없다. 예술가로서 천운을 타고난 셈이다. 태초부터
무한 자유 욕망을 내재한 채 진화한 사피엔스는 그 욕망을 억압하는 일체의 규제에 저항해 왔다. 특히
예술가들이 그렇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공교육은 표준화를 양산할 뿐이다.
예술가로서 최소리의 시작은 이렇게 억압에 저항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최소리는
이렇게 풍각쟁이 북소리에 미쳐 정규 교육 과정에서 이탈한 상태로 세상 속에 파묻혀 모든 물성을 가진 물체를 두드리며 그것들이 내는 소리 파장에
공명하며, 그가 두드리며 낸 소리 파동이 공기의 밀도를 밀어내며 물결 모양의 파장을 만들어내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못 보고 그만이 오롯이 오관을 통해 볼 수 있는 파동의 무늬였다.
잘 아시다시피
한국 유명 락밴드인 백두산의 메인 드러머를 넘어서, 이미 북소리 하나만으로 광저우 아시안 게임, 벤쿠버 동계 올림픽 개폐회식에서 한국의 소리로 전 세계인을 공명시킨 최소리는 이미 수십 년을 타악기인 북과
접화된 상태에서 북소리와 공명하며 살아왔다. 살아 숨 쉬는 시간 절반이 파토스 상태, 즉 광기와 도취와 삼매의 신명난 삶으로 작가 스스로도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모를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상태에서 크고 작은 북을
쳐 세계를 공명 시켰다.
그때마다
대중은 못 보고 그의 눈에만 보이는 기의 흐름, 즉 북소리의 파장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수 만 명의
사람들을 휘어 감아 그들의 세포 속 빈 공간을 공명시킬 때, 최소리는 문득 그의 눈에만 보이는 그 소리의
파장을 영구히 시각화하기로 결심을 한다.
그가 방출한
소리의 파동은 진원지를 이미 떠나 먼 우주 공간으로 사라지는 과정에서 그가 가졌던 응어리와 한은 비록 정화되었지만, 그를 떠난 소리 파동이 남긴 빈 공간의 공허함이 함께 남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최소리는 파동이 휩쓸고 가며 남긴 자국과 흔적을 격정적인 퍼포먼스와 함께 화폭에 담기 시작한다. 미술 정규 교육 과정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일이다.
최소리 스스로
공명된 상태, 즉 파토스와 신명의 상태에서 느꼈던 삼매와 몰아의 감정들인 광기와 도취, 공포 그리고 격정과 황홀경, 심지어는 극한의 슬픔의 정서가 응어리진
한까지…. 비록 그것들이 소리가 아닌 시각으로 표현되었지만, 우리는
그의 작품들을 통해 소리가 공명되며 내는 파장이 들리는 환청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공감각이라고
한다. 최소리가 염원하던 소리를 보여주고자 했던 욕망은 평면 화폭의 조형미로 실현되어 우리는 드디어
소리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글은
공연과 같은 시간 예술은 신명에 이르는 그 효과가 즉흥적이지만 지속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소리의 공명을 통하여 세계를 정화시킨
선험적 메카니즘을 가진 최소리가 시각예술인 회화의 영역에서 그의 예술적 욕망을 분출하는 또 하나의 공명에 대한 글이다.
나는 최소리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품을 창조할 때 그의 내면에
격동했던 감정선을 찾아 그의 파토스적 공명으로 격동하는 미의식(美意識)을
탐구할 것이다. 또한 그의 격정적인 미의식이 표현되는 독창적이고 희소하며, 자연과 접화된 연금술인 미형식(美形式)에 대해 기술하고, 이렇게 나타난 결과물인 작품에 대한 미적 가치를
판단할 것이다.
2. 파토스적 공명으로 본 최소리의 미의식(美意識)
1) 예술적 욕망의 근원-미토콘드리아
인류의 생존과 번성에 대한 욕망은 다분히 유전적인 것으로 그 기원은 20억년
전 원시 진핵세포 속의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 속 각 세포 내에 300~400개씩 총 1경개가
존재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 속에서 ATP형태의 에너지
저장 장소이며, 성을 구별하고 유전자 번식을 주도할 뿐만 아니라 세포를 자살시켜 노화나 죽음을 관장하고
있다. 즉 우리의 원초적인 본능을 조종하여 생존과 번성에 관계되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불변하기 때문에 크게는 우주의 섭리, 자연의 법칙, 종교적으로 보면 신의 의지의 일종이고, 철학적으로 보면 참 진리(眞理) 이지만, 작게는
생존과 번성에 대한 사피엔스의 원초적 욕망 정도로 볼 수 있다. 모든 사피엔스는 공히 이 미토콘드리아를
체내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인류의 ‘생존과 번성’, 그리고
‘유대와 연대’에 관한 원초적인 욕망은 인류 공통의 유전자
언어다. 예술은 바로 이 원초적인 욕망에서 파생되기 때문에 이것을 모든 예술가들은 ‘예술적 욕망’이라고 부르고 모든 사피엔스는 이 유전적인 언어이자
원초적 욕망을 자연스럽게 소통한다. 최소리가 그의 퍼모먼스를 통해 전 지구인과 쉽게 공명하는 이유다.
2) 최소리의 미(美)적 욕망의 탄생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고대 한국의 문자인 한문의 미(美)는 양(羊)자와 대(大)가 조합된 상형자이다. 무엇이
큰 양이 아름답도록 느껴지도록 했는지를 알면 미(美)의 시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빙하기의 북반구에 진출한 고인류는
채집 위주의 남방계와 달리 수렵이 강력한 생존 도구였으나, 인구의 증가에 따른 수렵 대상 동물들의 고갈은
필연적으로 동물의 가축화를 유발했다.
여러 가축의 대상 중에서 양(羊)은 털과 가죽, 그리고
젖과 고인류의 생존에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인 고기를 제공했으며, 특히 사납지 않고 온순했으며 장거리이동이
가능했고 마지막으로 다산(多産)의 상징이었다.
즉 큰 양은 한민족의 조상인 고대
북방 기마 유목 민족의 ‘생존(生存)과 번성(蕃盛)’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따라서 큰 양의 상형자인 아름다움의 ‘미(美)’는 인류의 ‘‘생존(生存)과 번성(蕃盛)’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큰 양’에게
인류가 특별한 관심을 유발하는 매우 독특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아름다운 미(美)의 시원(始原)은 미(美)가 형성된 배경을
볼 때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시각적인 쾌(快)를 주는 것 만이
아닌, 바로 인류의 ‘생존(生存)과 번성(蕃盛)에 도움이
되는 쾌(快)와 불쾌(不快)의 감정을 표현한 모든 긍정적 또는 부정적 기제라는 것을 확장해서 유추 할 수 있다.
큰 양이
그랬듯이 단지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관계없는 공포, 슬픔, 고통, 상실, 훼손, 고독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 기제들도 인류의 ‘생존과 번성’, 그리고
‘유대와 연대’에 필요한 것이라면 미(美)의 범주에 포함해야 마땅하다. 즉
인류의 생존과 번성 그리고 연대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것이든 아름다운 것이다
3)생존과 번성의 절대적 요소인 유대와 연대
가. 생존 본능
우리의 생존 본능은 바로 눈앞의 현존하고 급박한 위험으로부터 회피하여 살아 남으려는 욕망이다. 이때 작동 되는 기제들이 바로 죽음과 신체 훼손에 대한 공포 및 고통, 상실과
이별에 대한 슬픔 등이 그것이다. 생존 본능은 주로 불쾌의 감정들로 미술에서는 추미(醜美)/숭고미 등으로 발현된다. 미술사의
거장들의 작품 중에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거리가 먼 작품들이 명작으로 기억되는 이유다.
나. 번성 본능
일단 우리가 현존하는 위험으로부터 생존에 성공했다면, 그 다음의 목표는 자신의 종의 유전자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때
발현되는 원초적인 본능인 번성 욕망은 전술한 바와 같이 미토콘드리아가 관장하며 주로 긍정적인 감정 기제들인 사랑(SEX)/행복/기쁨 등이 포함된다. 이때 발현되는 것들이 즐거움을 주는 쾌(快)의 감정들로 미(美)/우아미 등으로 표현된다.
다. 북소리와 유대와
연대 본능
선천적으로 나약했던 원시 인류는 생존과 번성을 위해 집단을 구성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러한 집단적 욕망은 주로 집단 내 유대와 연대 본능으로 구현되는데, 고대 서양의 ‘디오니소스 제전’과
우리 한민족은 고구려의 동맹, 동예의 무천, 부여의 영고[迎鼓]같은 상고 시대의 제천행사로 나타났다.특히 부여의 영고[迎鼓]는
다른 제천행사가 모두 10월에 열리는 것에 비하여 12월에
열리는데, 이는 농경을 업으로 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수렵과 유목이 주업인 까닭이다.
만주 벌판을
내달렸던 수렵 기마 민족의 기상을 북돋는 데에는 파장이 길며 낮게 깔려, 지평선 너머까지 멀리 공명시키기에
혁고[革鼓]만한 것을 없었을 것이다. 둔탁하게 낮게 울리는 북소리는 그 파장이 길어 듣는 사람 모두의 가슴을 공명시켜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단시간에
집단 파토스 상태를 유발한다. 전쟁터도 아닌 생존과 번성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인 연대와 유대의 축제
마당인 제천행사에서의 북소리는 그 행사의 이름을 영고[迎鼓]라
했을 정도로 상징적이었으며, 집단 내 구성원을 공명시켜 집단 파토스 상태로 이끌어 유대와 연대 의식을
고취시켰다.
3. 접화(接化)된 연금술(Alchemy)로 본 최소리의 미형식(美形式)
빅뱅 이후
형성된 우주 화구가 점차 식어가자, 이때 방출된 전자기파는 주파수가 높은 감마선, 엑스선, 자외선, 그리고
우리의 눈으로 관찰 가능한 가시광선, 적외선, 전파 순으로
지구에 도달한다. 그런 전자기파 중에 빛은 진공 상태에서도 파동으로 전파되지만, 오직 소리 만은 공기의 밀도에 따라 생성되는 파동으로 인간의 오관 중 청각과 촉각을 통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10의 28승 개의 원자 속 빈 공간에서 공명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 내 빈 공간에서의 공명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해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시학’에서 우리 무의식 속에 숨겨져 있는 공포, 슬픔, 연민, 긴장,상처 같은 부정적 기제들을 격한 감정 유발, 즉 공명을 함으로써 몸
밖으로 배설하는 카타르시스[Katharsis]대해 이야기 했다.
일종의 정신적
승화 및 정화 작용으로 우리는 이 과정이 끝나면 묘한 쾌감과 개운함을 느끼거나, 슬픔이 사라지는 효과를
경험하게 되는데, 최소리는 파토스[Pathos]상태에서 우리
몸 안의 빈 공간을 관통하는 전자기파에 자신의 예술적 욕망(집단 파토스 상태로 공명시켜 유대와 연대감
고취시키려는 염원)을 담아 공명으로 증폭 시킴으로써, 스스로를
정화하여 이때 발생되는 쾌감으로 보상 받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증폭된 파동을 받는 관객 또한 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음의 진동과 파장은 소리를 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의 마음을 함께 공명시켜 응어리진 한(恨)과 슬픔이 풀어진 신명(神明)난 상태로 가야 비로소 마음이 정화되는 카타르시스에 이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그 파동을 받아 공명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최소리가 파동을 증폭시켜 방출할 때 관객 또한 그 파동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최소리와 같은 수준의 대역에 파동 주파수를 연 파토스 상태여야 오롯이 그 감동의 파동을 받아 상호 공명이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감동받았다고 한다.
영국의 정신
분석학자 M.클라인은 이성적인 로고스[Logos]에서 무의식
상태에 접어들기 힘든 어린이를 대상으로 ‘유희 요법’이라는
처방으로 치료를 했는데, 부정적인 기억을 떠올리는 것에 대한 의도적인 저항 때문에 어린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유희적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즉 몰입 즉 파토스 상태에 이르게 한 뒤 치료한 것이다.
이 ‘유희 요법’은 비단 어린이만 해당 되는 것은 아니라, 어른들도 축구나 야구를 응원할 때, 또는 영화나 공연을 보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러 전시장에 들리는 등 약간의 사전 준비와 환경만 조성되면 누구나 쉽게 공명이
가능한 파토스 상태에 이를 수 있다.
1) 소리와 빛의 입자 파동이론
만물을 무한소로
쪼개면 원자가 나오고, 그 원자는 다시 원자핵과 중성자, 그리고
그 주위를 구름처럼 떠도는 음전하로 나눠진다. 그 중 원자 속에 존재하는 핵의 크기는 원자 전체 크기의 10만 분의 1정도 매우 작고, 그
나머지 공간은 전자 구름이 채우고 있어 사실상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자는 빈 공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최근에 진전된 과학 기술의 힘으로 원자핵 내의 양성자와 중성자는
그보다 훨씬 작은 쿼크와 힉스와 같은 미립자 알갱이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심지어
물성을 가진 물체뿐만 아니라, 뇌파와 빛, 그리고 소리 같은
전자기파도 무한소인 미립자 알갱이들로 나뉘며, 그 미립자들이 물결 모양의 파동을 통해 다른 원자내의
빈 공간에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즉 소리가 담긴 음악도, 가시광선의
반사로 인한 회화도 같은 파동 입자로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파동화된 소리나 빛의 입자들이 감상자의 몸에 자국을 남긴다는
의미는 바로 상대편에서 보낸 파동이 감상자의 몸 안의 빈 공간에서 감상자 자신의 파동과 뒤엉켜 일으키는 공명을 말한다. 때로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몰려오는 이런 파동 때문에 우리는 예술 작품을 통해 벅찬 감동 혹은 전율과 소름을
느끼는 것이다.
최소리는
이미 타악 소리 파동으로 지구인의 세포를 공명시킨 경험이 많다. 이제 그 공명을 연금술로 단련된 동판이나
알루미늄 화폭에 녹음하여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2) 감동 전달 매커니즘으로서 ‘거울 뉴런 이론’
영장류인 원숭이가 바나나를 잡는 행동을 할 때 그 원숭이 뇌의
특정 부위의 뉴런이 활성화되는데, 다른 장소에서 시간차를 두고 그 영상을 지켜보는 다른 원숭이들까지
뇌에 '동일한 뉴런'이 활성화는 현상을 ‘거울 뉴런 이론’이라고 한다.
이 이론은
해당 개체 입장이 되어 그 개체가 행동하거나 사고할 때 마치 자신이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비슷한 기분을 자각하는 것으로 거울 뉴런 이론은
모방과 학습을 통해 인간의 사회성 구축을 설명하는데 유익한 교육이론이지만, 미술 작품 감상을 포함한
각종 예술 감상에도 아주 유용한 이론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작가가 보고, 느꼈던 것을 표현한 작품을 지켜 봄으로써, 당시 화가의 두뇌에 발생했던
자극과 흥분이 전달되는 뉴런의 활성화가 감상자에게도 발생하는 것이다.
최소리는 이미 수없이 많은 타악 공연 퍼포먼스에서 삼매 상태에서
활성화된 최소리의 뇌 뉴런을 감상자 대중에게 공명시켜 집단 파토스 상태를 유발하여 인류의 생존과 번성에 결정적 기여를 할 ‘유대와 연대’를 이끌어 냈다. 이제
그 시간예술에서 조형예술로 방법을 달리 한 것뿐이다.
3) 최소리, 지리산과
접화하다
작가 최소리가
수년째 은둔하고 있는 지리산 청학동은 지리학적으로 지구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한반도의 모산(母山)이다. 특히 청학(靑鶴)동은 태평한 땅에서만 나타나서 운다는 전설의 새인 청학이 나타난다는 이상향이자 샹그릴라다. 이 청학(靑鶴) 또한
일겁(一劫)에 한번 나온다는 전설 속의 귀조이다. 최소리는 이 청학동의 무한무량의 시간 속에 뛰어들어 자연인 지리산에 흡수 동화되거나 응축되지 않고, 대등하게 맞서되 조화를 이루는 접화(接化)의 경지에 이른다.
대부분
작품의 밑그림은 대자연인 지리산의 사계가 그리는 것을 인내하며 지켜보다, 이윽고 때가 되면 이어 받아
작품을 완성한다. 이러한 접화는 사람과 자연이 각자의 존재를 서로 인정하는 한민족 고유의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바탕으로 한다. 최소리는
하늘과 땅 사이의 사람이 우뚝 서있는, 즉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무인(巫人)이자 메신저이다. 청학의 이상향을 세속인 서울로 이어주는 巫人이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공감각으로 공명하고, 삼매에 빠져 신명나며, 접화를 통해 비로소 이상향인 청학에 이를 수 있다.
4) 자연과 접화된 연금술
고대 이집트의
야금술에서 시작된 연금술은 구리, 주석, 납 등의 비금속으로
금과 같은 귀금속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불가능한 원시적 화학기술이었다. 연금술이 비록 실패한 과학이었지만, 성공한 예술의 시금석으로 수많은 철학과 예술에 영감을 준 것이 사실이다.
현자의
돌이라는 연금술은 정작 과학에서보다 우리는 관념의 세계에서 생과 사, 빛과 어둠, 물과 불 같이 서로 대립하고 갈등 관계의 이질적인 요소들이 공존하고 상호 의존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상호 교감하는
것이라는 철학적인 사고와 예술적 상상력에서 오히려 빛이 났다.
최소리 자신도 자연과 대립하면서도 조화를 이뤘듯이 그의 작품
또한 이 연금술적 상상력이 발동한 것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결코 놀랍지 않다. 캔버스 천 대신 황동과
알루미늄 같은 비금속을, 위로는 지리산의 불과 공기, 아래로는
물과 흙의 4원소에 합금하여, 본래와 화학적, 물리적 성질이 전혀 다른 제 5원소인 작품을 만들어 낸다.
비록 아리스토텔레스의 5원소인 에테르나 바슐라르의 정신적, 언어적인 실천은 아니지만, 최소리의 ‘현자의 돌’은
실체와 물성이 있는 그의 작품들인 것이다. 대자연과의 접화를 통해 지리산의 물, 불, 공기, 흙 등 4원소가 각 원소의 독특한 물성을 각인한 비금속 화판에 연금술사인 최소리가 그의 예술적 욕망인 사피엔스의 생존과
번성을 위한 강력한 ‘유대와 연대’를 공감각적으로 분출하여
그만의 독특한 제 5월소를 창출했다.
4. 최소리 예술적 욕망과 미형식에 대한 미적 가치
평가
최소리는
지리산 청학동의 무한무량의 시간 속에 뛰어들어 때로는 스스로 그것의 찰나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대자연의
시간에 맞서면서 겁(劫)을 찰나(刹那)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 왔다.
시간 예술을 조형예술로 변환하는 실험적 작업을 한 것이다.
최소리는
지리산의 청학동이 품은 이 겁((劫)의 시간을 중간에 싹둑
베어낸 찰나(刹那)의 순간을 사계, 24절기, 12간지, 월화수목금토(日月火水木金土)등의 시간을 압축하는 작품으로 표현했다. 순환적이고 물리적이며 심지어 대자연의 시간인 크로노스[Kronos]를
재빠르게 잡지 않으면 놓치는 기회의 시간, 오직 최소리 만의 주관의 시간이고 특별한 시간인 카이로스[Kairos]로 포획하는 작업이다
포획 방법
또한 범상치 않았다. 일단 자연의 시간이자 겁(劫)의 시간인 지리산의 시간이 물, 불,
공기, 흙 등 4원소를 활용하여 스스로 스며들게
내버려 두었다가, 홀연히 탈취하여 최소리 자신의 시간을 강제로 소리로써 녹음하여 금속 화면에 그 찰나의
시간을 가둬버리는 격이다. 최소리는 이 과정을 음악을 작곡한다고 한다.
그에게 작품 하나는 마치 노래처럼 한 곡을 작곡한 것처럼 단위가 한 곡인 것이다.
이렇게 화면에
갇힌 최소리의 시간, 즉 소리 입자는 고스란히 태초의 우주 미세입자인 중성미자의 바다 위에 출렁이는
파동을 타고 엄습해와 우리의 세포핵을 뒤흔드는데 그것이 바로 작가와 작품을 통해 공명하는 것이다.
최소리는 일반 대중이 근접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러 겪은 격렬하고
충격적인 경험, 즉 쾌(快)
혹은 불쾌(不快)의 선험하고 그 경험을 복기, 재현, 표현함으로써, 그것을
대중과 공유하려는 욕망인 생존과 번성, 그리고 연대의 이타성이 최소리 예술의 본질이다. 물론 대중은 공유된 경험을 통해 감동을 얻고, 최소리의 이타적 욕망의
분출은 작품으로 구현된다. 그것이 음악이든 회화든 또는 강렬한 삼매의 퍼포먼스든 상관 없는 것이다
화극가무시문동원(畵劇哥舞詩文同源)! 미술과 연극, 음악과
무용, 그리고 시와 문학 등 모든 예술의 근원은 모두 한 시원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은 인류의 생존과 번성, 그리고 유대와 연대를
위해 인간의 본성인 욕망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렇게 예술을 통해 형성된 문화가 된 밈(Meme)이 오랜
세월이 지나 체화되면 유전적 형질인 진(Gene)즉, 유전자
언어가 되어 또 다른 예술의 형태로 발현된다. 어쩌면 인류 역사는 예술을 매개로 한 밈(Meme)과 진(Gene)의 상보작용을 자양분 삼아 발전해 오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인간 본성에 관한 예술적 욕망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표현할 술(術)에 따라 그것이 음악이든
회화든 문학이든 다양한 장르로 표출되어도 당연한 일이다. 최소리가 그것을 증명했다.
이렇듯 최소리의
장르와 매체를 초월한 공감각의 예술적 행위는 한민족의 미의식인 신명[神明]에서 찾을 수 있다. 신명은 합리적인 이성이 우리 뇌를 주관하는 때가
아닌 때를 말한다. 내 몸에서 내가 아닌 귀신이 나타나는 상태가 바로 신명[神明]난 상태다.
순식간에
삼매[三昧]의 일심불란(一心不亂), 무아지경, 몰아의 경지에 이르는 최소리는 대중을 신명난 한판으로
공명시켜 정신적으로 樂하게 만들고 육체는 興에 취하게 하는 특별난 재주를 가졌다.
상고시대부터 고대 인류는 이 신명난 상태를 절대적 일자(一者)인 하늘, 우주, 대자연과
접화하는 유일한 통로로 인식해 왔다. 우주는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한국의 고대
철학 사상인 천지인[天地人]사상에는 우주와 소통하려면 천지를
이어주는 사람인 무인[巫人]의 존재가 필연적이라고 말한다. 누구보다도 신명난 상태, 즉 파토스의 경지에 쉽게 빠져들어 대중을
집단 최면 상태로 이끄는 최소리와 같은 무인(巫人;샤먼)을 말하는 것이다.
최소리는
이미 소리를 통하여 그의 신명을 공명시켜, 전 지구인을 집단 최면인 황홀경과 광란, 그리고 도취와 격정의 상태를 유발 시킨 경험이 셀 수 없이 많다. 그의
신명난 한판 소리는 그 자체가 무아지경, 몰아지경의 ‘興과
樂’의 공명으로 전 지구를 연대와 대동의 장으로 만들었다. 최소리는
즐겁고 행복한 樂의 정신적 상태와 어깨춤이라도 덩실거릴 육체적 興에 취하는 신명에서 파생된 樂&興이라는
한민족 고유의 미의식을 지닌 초유의 무인[巫人]이자 예술가이다.
그의 넘치는
에너지가 소리를 넘어서 그 소리를 보여주고 저장하여, 또 다른 미술 장르로 대중의 공감각을 공명시켜
인류의 생존과 번성에 절대적 기여를 하는 ‘유대와 연대’ 욕망을
조형의식으로 연금술화된 회화로도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예술가이다.
그의 예술적 욕망의 본질과 근원은 예술 장르에 상관없이 동일하며, 다만 구현되는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글은 이미 파토스와의
신명[神明]의 경지를 수시로 넘어본 예술가 최소리의 또 하나의
다른 예술적 욕망의 분출과 그가 창출한 제5원소인 ‘유대와
연대’에 관한 비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