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樂 갤러리’ 아트컬럼입니다.

[외부아트컬럼_박상순님] 하트카드 _ 김보미 작가

에코락갤러리 | 2019-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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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카드

                                                                                                 박상순님 

 

 

▲ 김보미, 하트카드, 91.0cm*116.7cm, acrylic on canvas, 2015 

 

 

오래전 사람이 다른 사람과 살기 시작하면서 영특하게도 역할이 생겼습니다. 서로 같은 것을 하면서 욕심스럽게 다툴 일이 없어졌습니다. 가장과 아내의 도리가 만들어집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부족을 이루어 살면서 관습(규칙)이 만들어졌습니다. 무엇이 부족의 이익에 바람직한 행동인지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큰 무리가 만들어져 국가가 되면서 사회 시스템이 갖춰지고 법이 생겨납니다. 국가와 사회를 지탱하는 공유된 가치가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같이 더불어 잘 살기 위해서 생겨난 역할과 규칙, 법은 오랜 세월이 지나고 이젠 서로를 공격하는 도구로 전락했습니다.

자신들이 믿는 옳고 그름으로 상대를 몰아 세우고 철저하게 굴복시킵니다. 관용과 포용은 교과서에나 있는 말입니다. 사랑, 평화, 화합과 배려 같은 말들은 이상적인 상태를 일컬을 때 또는 아주 기만적인 상황을 포장할 때 사용합니다. 사회는 기회주의로 물들고 공유되었던 가치에 대한 헌신은 약해집니다.

축구에서 옐로우카드는 경고를, 레드카드는 퇴장을 의미합니다. 규칙을 어기는 선수를 제재하는 수단으로 쓰입니다. 그런데 하트카드는 용서를, 포용을 의미합니다. (상대의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궤도에서 벗어난 구성원들을 다시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입니다. 상처받고 부서진 각 구성원들이 회복으로 향하는 첫 단추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하트카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