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樂 갤러리’ 판매작품리뷰입니다.

[Sold/차곡차곡(edition 5/5)- 홍윤 作]

에코락갤러리 대표 장현근 | 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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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edition 5/5)

홍윤作

25.0cm * 30.0cm (3호)

목판화,우드인그레이빙, 2016

300,000

[Sold/차곡차곡(edition 5/5)- 홍윤 作]
나이테가 촘촘해서 단단한 일본 단풍나무의 종단면을 잘라 바늘로 세밀하게 묘사한 목판화 작품의 마지막 에디션이 소장되었습니다.목재 자체의 종단면이 작은 특성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하이퍼 리얼리즘 수준의 형태를 바늘로 미세 조각 한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습니다.작가의 욕망에서 우러나오는 심상을 표현하는 術자체는 이미 어느 경지에 도달했음을 작품이 말해 줍니다.
그렇다면 작가 홍윤이 이런 난해한 형태의 작업을 그만큼 어려운 작은 목판화로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예술적 욕망은 무엇일까요? 차곡차곡 쌓인 오래된 신발들의 모듬으로요. 신발에 대한 작가의 영감은 어쩌면 인류의 직립보행에서 부터 출발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곧게 선 사람이라는 호모 에렉투스가 발기한 것은 150만년전 인류의 요람이라고 불리우는 아프리카 올두바이 협곡입니다.기후 변화로 이 협곡의 나무들이 사라지고 초원으로 변하자 그동안 나무 위에서 살던 인류의 조상들이 드디어 땅으로 내려와 걷게 된 것이지요.
그동안 나무 위에서 과일과 나무잎을 먹던 인류는 초원에서 사냥을 통해 단백질 섭취가 가능해지자 이윽고 직립이 가능해지고 근육의 발달로 원거리 이동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 호모 에렉투스는 자바와 북경을 지나 어쩌면 한반도에 까지 진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반도 전역에서 발굴되는 구석기 시대 타제 석기와 올두바이 협곡의 호모에렉투스가 사용하던 애술리안 계통의 타제 석기가 같기 때문이죠.그렇다면 수 십만 년 전 한반도에 살던 원시인류는 아주 먼 거리를 이동해 왔다고 볼 수 있겠네요.그 뒤를 이어 우리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도 같은 경로를 통해 걸어서 이주해 왔을 것입니다.
미루어 짐작컨데 원시 인류의 이런 이동이나 삶 자체에서 신발은 가장 중요한 생존 기제 중의 하나였을 것으로 보입니다.이러한 신발에 대한 인류의 본성, 즉 예술적 욕망은 오늘날 패션의 주요 아이템과 거대 패션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배경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구태여 노동자의 고단한 삶의 표상을 애절하게 표현한 고흐의 신발이나 얼마 전 공공예술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킨 서울역 신발 쓰레기 작품을 언급하지 않더라도요. 이 작품은 작가 홍윤이 그 신발에 대한 작가의 욕망이 목판화라는 장르로 표출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