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樂 갤러리’ 판매작품리뷰입니다.

sold / 눈물-정일모 作

김영성 | 202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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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정일모作

41.0cm * 27.3cm (6호)

캔버스위에 모래, 불투명물감, 2017

850,000

[Sold / 눈물-정일모 作]

 

작품을 감상하면서 눈물을 흘리게 되는 일은 흔치 않으면서 꽤나 행운의 영역에 해당하는 경험일 것입니다. 작품과 감상자의 파동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할까요? 사실 이 작품은 저에게 작품을 보자마자 울컥하는 순간을 가져다 준 선물같은 작품입니다. 한 번의 목메임을 넘기고 나서 작품 제목을 보니 '눈물'이라고 적혀 있네요. 인연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궁금했습니다. 왜 이 작품의 구매결정을 순식간에 하게 된 것일까? 무엇이 나의 심장을 파고 들었는가? 차근차근 뜯어보니 먼저 작품의 색채감입니다. 그 동안 많은 작품은 아니지만 틈틈히 컬렉팅해 온 그림들을 집에서 풀어놓고 유심히 본 적이 있습니다. 많은 그림들이 레드와 그린의 색채감을 베이스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 나는 이런 색채감에 편안함과 멋짐을 느끼는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도 불투명한 레드와 청록이 작품 속에서 혼재되어 아련한 느낌을 자아내며 다가옵니다. 

 

하지만 색채감보다도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주된 이유는 아마도 작품 속에서 배어져나오고 있는 이야기에 저를 투영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아내와 술잔을 기울이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 중 어떤 날 아내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김영성씨도 참 불쌍해, 애정결핍이야 애정결핍." 그 자리에서는 뭔 쉰소리냐고 웃으며 넘겼지만 왠지 그럴듯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을 보는 순간 그 느낌에 망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감이 주렁주렁 열린 나무로 걸어가는 소녀와 뒤따라가는 소년이 있습니다. 소년은 소녀와 함께 걷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갈 수만 있다면 공작의 깃털이 연상되는 나뭇가지처럼 열매로 꽉 찬 화려함과 기쁨이 다가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작품을 보면서 정말 숨이 차서 답답한 느낌이었습니다. 왜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까 엉엉 울고 싶었습니다.

 

프로이트가 얘기한 구조 이론에서 우리 정신은 초자아(superego)와 자아 (ego)그리고 이드(id)로 구성되어있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현재 직장에서의 저의 모습이 그러해야 한다는 규범적 영역, 올바름의 초자아를 실현시키는 현장이라면 가족 구성원에 대한 사랑은 어떠한 의미로 보면 이드로 형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동물적 본능보다는 무제한의 사랑을 주고 싶은 욕심을 채워주는 영역이라고 하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주고 싶은 사랑과는 정반대의 버림받음을 종종 경험하다가 가족, 특히 아이에게는 꽤나 오랜 시간동안 사랑을 맘껏 줄 수 있으니 사랑하고픈 욕심을 채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물론 아이와 의사소통이 시작되고 아이로부터 작은 튕김을 경험하게 되면서 완전한 이드는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무너지고 다시 이성의 영역으로 복귀하게 되긴 하지만요^^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서 저는 이 작품에서 전체적으로는 사랑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가장 많이 느낀 것 같고, 작게는 작품 좌측 하단부의 뱀이 연상되는 돌길로부터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 스토리, 선악과를 먹으면서 사랑에 대한 씁쓸하고 아픈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상상만해도 가슴 아린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우측 연못으로부터 떠올린 이야기는 좀 끔찍하지만 가질 수 없음에 대한 극단적 선택일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사랑에 너무 빠져들지 않도록 자신을 비춰보기를 권장하는 주의사항 이라고 해도 될까요? 당직 근무를 하면서 감성적 영역에 푹 빠져든 목요일 저녁입니다. 당신의 사랑은 안녕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