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樂 갤러리’의 온라인 전시입니다.

12월의 작가 : 이호억

글쓴이 : 에코락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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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작가 : 12월, 이호억



Angst blüte
절체절명의 순간에 피어나는





窮卽變 變卽通 通卽久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궁하게 되면 스스로 변해서 그러한 변화가 새로운 길을 열어 영원하게 되리라.  _주역(周易) 계사전(繫辭傳)

生於憂患 死於安樂 생어우환 사어안락
우환 때문에 살고, 안락해서 죽는다. 사람은 자신에게 닥친 우환과 역경을 극복하면 위대한 삶을 살게 되고, 지금의 안락함에 빠져 살면 죽은 것과 같다. _맹자(孟子) 제15장 5절


  


살아 있다는 것은 단순히 보이는 움직임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진정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는 나의 마음을 끊임없이 역동시키는 무언가에서 찾을 수 있다. 


 집단 속 부품, 쓰고 버려지고 그 자리는 누구라도 빠르게 대체되고 대체할 수 있다. 부푼 꿈을 가지고 서울로 상경한 작가가 마주한 세상은 그랬다. 집단인식으로만 사고하는 세계가 그를 둘러싼 곳곳에 공기처럼 퍼져 있었다. 이미 짜여진 거대한 구조 앞에 아무런 힘을 쓸 수 없었고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개인이 존중받지 못하는 세계에 환멸을 느낀 작가는 진정 살아있음이 무엇인지 의문을 지닌 채 자신을 스스로 자연 속으로 던지는 극단의 선택을 한다. 일반궤도를 이탈한 작가는 태엽처럼 굴러가는 세계를 뒤로하고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고 그 고립의 시간 속에서 자기감정을 마주한다.


 이호억 작가의 작업은 집단인식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내가 나로 살 수 없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된다. 진정 나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을 품은 작가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귀향한다. 함박눈이 내리던 날, 고향의 선산에 오른 그는 어린 날 할아버지와 함께 인사드렸던 산신의 비문을 발견하고 그 앞에 걸음을 멈춘다. 한참을 비문 앞에 선 채로 움직임은 없었다. 몸이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얼어가던 그때, 무언가에 이끌려 비문에 손을 가져다 쓸어본다. 그 순간 밀려오는 뭉클함으로 뒤범벅된 손이 뜨겁게 타오르며 그 더운 것은 심장으로 전해진다. 비로소 살아있음의 의미를 깨닫는다.


 과연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이 실체적 진실일까, 혹시 집단의식에 휩쓸려 살아오진 않았을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과 문약함에 빠져 나아가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을까? 앎에 종속되지 않고자 이 세계의 진실을 찾고자 작가는 종전의 지식을 뒤로하고 자신의 의식을 순수한 상태로 만들고자 노력한다제로의 상태라야만 내면의 표정을 마주할 수 있다. 인간에게 쓰지 못할 곳이라 하여 모슬포라 이름 지어진 제주의 해안선에서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이국의 원시 섬에서 자신이 알던 세계와 자신을 완전히 분리한 채 작업을 하는 까닭이다. 억겁의 시간 동안 풍화작용을 거친 돌과 야생의 나무들이 작가의 마음에 반응하여 채집된다. 


 작가의 작업은 디지털 시대를 역행한다. 세상이 전부 디지털화되어가는 데에 반해 지극히 아날로그 한 도구로 내면의 풍경을 잡아낸다. 오롯이 감각과 신체를 사용하여 사진이 아닌 실제로 마주하는 풍경에서 냄새, 소리, 온도와 같은 공감각적 정보를 즉각적으로 얻어낸다. 고요한 새벽의 안개 속에서 혹은 작렬하는 태양과 구름 아래에서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로 붓을 든다. 미동마저 아끼며 집중하다 보면 몸이 굳지만 그럴수록 내면의 고요한 무엇이 살아나 움직인다. 정지되어있는 줄 알았던 붉은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폭포 계곡에서 자기 소리를 찾아내는 명창같이, 자신만의 울림과 운필을 찾게 되고 막연했던 삶에서 확신을 얻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주체를 발견한다. 

 

 작업에서 안간힘을 써서 간신히 한 줄 그은듯한 처절함이 느껴진다. 위기는 늘 불가항력적이기에 인간으로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인정한다. 자신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어 아무런 힘도 쓸 수 없는 상태에서만 인간이 가진 내면과 본성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영원히 다칠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다치는 여정이다. 작가는 삶이 자신을 조각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에코락갤러리

이화수 큐레이터





바람의 뼈_70x136(cm)_죽지에 세필_ 2019_ 서쪽에서 바라본 우도 봉.

 ‘검멀레’를 지나 섬을 외각을 공전 할 때마다 마주한 바위 산이 바람에 조각되어 내 마음에 담겼다. 
 나는 아주 작은 세필로 그 시간과 움직임을 잡아내야 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바람의 뼈II_70x136(cm)_죽지에 세필_ 2019_ 동쪽에서 바라본 우도 봉. 

억겁의 시간 동안 바람과 파도가 조각한 거대한 바위산을 볼 때마다 그 동안 살아오며 다쳐온 내 마음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온전할 수 없었다. 다치고 살아가길 거듭해온 바위산의 주름과 주름 사이를 그리다 보니 일렁이는 산수에 닿아있었다.




뭉게뭉게_70x136(cm)_한지에 수묵_ 2020_ 어떻게 하면 시간을 그릴 수 있을까. 

나는 산보다 거대하게 피어나고 사라지길 거듭하는 이것을 따라 달렸다. 운이 좋은 날이었다. 
바람은 비교적 약한 날이어서 종이를 눌러둘 수 있었고 나는 구름을 채집할 수 있었다. 
잡을 수 없는 시간을 잡아야 했다. 구름 사냥은 여름 내내 이루어졌다.

 



                                                                                                                                                                                                                                                                                      

 

 

 

이호억  Lee Ho-Uk
 
 
학력    
2017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예술학과 박사과정 수료, 서울
2014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한국화학과졸업, 서울
2011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학과졸업, 안성

 
개인전 
2019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복합문화공간 EMU, 서울
2018    Glowing Face, 갤러리 조선, 서울 
2016    돌을 찢는 남자, 대한민국 예술인센터, 서울 
2015    시림양생枾林養生-탁, 홍제천 갤러리, 서울
         관음觀淫에서 관음觀音으로, 문화재 안회당, 홍성 
         觀淫에서 觀音으로-프리뷰, 갤러리 비채, 서울
2014    Red Carpet, 갤러리 The K, 서울
2012    병풍들, 갤러리 그림손, 서울 

 
단체전

2019   New Acquisitions2018, 성남큐브미술관 상설전시실, 성남

2019    논산청년작가초대전, 논산문화원, 논산
2018    수묵비엔날레, 전남개발공사 일원, 목포  
          돈의문의 어제와 오늘, 돈의문박물관마을, 서울 
2017    桑田碧海, 성북도원, 서울 
         아름다운절 미황사, 학고재갤러리, 서울 
         수묵프레비엔날레, 나무숲 일원, 목포 
         New Nomad, 이응노의 집, 홍성 
         수묵남도, 행촌미술관, 해남 
         Nonplus Ultra, 동덕아트개러리, 서울 
         예술이 꽃피는 해안선, 행촌미술관, 해남
         탕진수묵 중봉에서 편봉으로,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광주화루 10인의 작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불안, 금천예술공장, 서울 
2016    합合, 닷라인TV갤러리, 서울 
         한국화의 유혹 전, 복합문화공간에무, 서울 
         탕진수묵, 복합문화공간에무, 서울
2015    충남 홍성레지던스 결과보고, 문화연구소 길, 홍성  
2014    화이부동畵而不同, 공평개러리, 서울
         현대초상화모색, 갤러리한옥, 서울 

 

2013    아시아프, 문화역 서울284, 서울
         오토픽션한국화의유혹과 저항, 갤러리IS, 서울 
         용의 비늘, 공평아트센터, 서울 
2012    중앙대 한국화학 석사청구, 중앙대아트센터, 서울 
         인사미술제 미래의 작가, 아라아트갤러리, 서울 
         한국미술대학원생 신예유망작가 기획초대, 우림화랑, 서울
         트라이포드, 중앙대아트센터, 서울 
         한지프로젝트 뉴욕, 루빈미술관(스페이스547), 뉴욕 
         용쟁화투龍爭畵鬪, 갤러리 PICI, 서울 
         화중유시畵中有詩, 한원미술관, 서울 
2011    Pixel on Canvas, EXCO, 대구 
         50인, 서울대학교 SPACE599, 서울   
         짬뽕, 부남미술관, 서울 
2010    인사미술제 미래의 작가, 우림화랑, 서울 
         중앙대 한국화학과 학사학위 청구, 중앙대 아트센터, 서울 
2009    아시아프-미래와 만나다, 전 기무사건물, 서울 
2008    아시아프-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구 서울역사, 서울


수상 및 선정
2017    제1회 광주화루 10인의 작가 선정 및 대상 수상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13    제6회 ASYAAF 아시아 대학생 청년작가 미술제 선정 (문화역 서울284), 서울
2011    제62회 중앙대학교 중앙예술상 수상 (중앙대학교), 서울
2009    제2회 ASYAAF 아시아 대학생 청년작가 미술제 선정 (전 기무사건물), 서울
2008    제1회 ASYAAF 아시아 대학생 청년작가 미술제 선정 (구 서울역사), 서울


창작스튜디오

 

2020    OCI미술관 창작스튜디오

2018    제주시립 우도 창작스튜디오, 제주

2017    국제전남수묵비엔날레 창작스튜디오, 목포 

 

소장처

성남큐브미술관갤러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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