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樂 갤러리’의 온라인 전시입니다.

7월의 작가 : 정동암

글쓴이 : 에코락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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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 7월, 정동암



키네틱 토르소 (Kinetic Torso) ; 정동암 

 

 

*키네틱 토르소란 키네틱(Kinetic : 움직임)과 토르소(Torso : 몸체만의 조각상) 양식의 특징을 결합한 움직이는 작품을 뜻한다. 



      


 

 얼굴 없는 토르소가 기이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전깃줄을 타고 흐르는 전기적 신호는 인간의 혈액과도 같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생명과도 같은 전기적 신호가 죽은 나무를 깨우고, 연결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느리고 기괴한 걸음을 멈추지 못한다. 


 정동암 작가는 페인팅, 조형, 설치, 미디어 등 재료를 융합하고 해체하며 장르를 넘나들며 전방위적인 작업 활동을 병행해왔다. 서양화 작가로 시작하였으며 2000년대 초 인터렉티브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을 전향하였다. 이후 소프트웨어, 게임개발, 방송 미디어의 산업현장에서 활동하다 예술공학 박사과정 수학을 통해 독자적인 저에너지 키네마틱 로봇군집을 연구해왔고 오늘의 키네틱 아트로 발전시켰다.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르셀 뒤샹에 대한 인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뒤샹은 페인팅을 기반으로 했던 화가였으나 자기 자신을 한 가지로 정의하지 않기 위해 페인팅 작품을 찢어버리고 '레디메이드' 오브제를 제시했다. 레디메이드란 기존에 만들어진 기성품을 가지고 그 최초의 목적을 떠나 별개의 의미를 갖게 하는 오브제 장르 중 하나인데, 대표적으로 변기와 같은 기성품을 활용한 '샘'과 자전거를 이용한 '자전거 바퀴'라는 작품이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자전거를 어떤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의 이동수단으로써 인식한다. 그런데 뒤샹은 이 바퀴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거꾸로 박아놓았다. 이동해야 할 운송 수단이 옴짝달싹 못한 채 제자리에서만 의미없이 맴돈다. 그래서 답답하고 슬프다. 뒤샹의 자전거 바퀴라는 작품은 등받이 없는 나무의자와 자전거 바퀴라는 예상치 못한 조합을 통해 기성품도 예술가가 ‘선택’해 ‘제시’하여 애초에 그것이 갖고 있던 기능이나 용도와는 무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나아가 물질의 본질적이고 순수한 움직을 보여준다.  뒤샹의 이런 발상은 미술의 의미를 ‘정신’ 쪽으로 기울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전까지 돌이나 나무, 금속처럼 딱딱하고 견고한 재질의 조각 작품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움직이는 조각, 이른바 ‘키네틱 아트’의 시초인 셈이다. 


 정동암 작가 또한 서양화로 시작하여 인터렉티브 아트 등 여러 장르의 실험을 거치다가 이제는 키네틱 아트라는 장르로 작가의 정신 세계를 표현했다. 이제 서양화냐, 한국화냐, 조각이냐, 어떤 장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떤 메세지를 가지고 이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이다. 작가는 한때 어디엔가에 사용되었던 나무와 인간이 가공한 철재를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얼기설기 어딘가 불편한 모양새를 한 토르소에 전선을 연결하고 콘센트에 전원을 꽂는 순간, 전기적 신호는 전깃줄을 타고 온 몸 전체로 퍼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그 기이한 움직임 때문에 죽어있던 것이 마치 되살아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전선을 타고 흐르는 전기는 마치 혈관을 타고 흐르는 인간의 혈액과도 같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생명의 불씨가 멈춰있던 물질을 깨우고 기괴하고 느린 움직임이 시작된다. 그러다 전기적 신호의 연결이 끊어지면 움직임이 중단된다. 사실 그 나무는 본래 땅에 뿌리를 박고 푸릇한 이파리를 싹 틔우던, 그런 생명의 나무였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단순히 움직이는 것들을 생명으로 볼 수 있는 것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인간의 정신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 제로섬의 호 2020 >


 <제로섬의 호>에서는 작가가 느꼈을 허무함과 고민이 여실히 느껴진다. 배 하나를 중심으로 양 끝에 두 명의 인물이 앉아 서로를 향해 노를 젓는다. 배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노를 한 방향으로 저어야 한다. 하지만 제로섬의 호에서는 배의 중심을 축으로 양방향으로 노를 젓는다. 배에 탄 인간은 끊임없이 노동을 하지만 결국은 원점이다. 그리고 작가는 우리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져온다. 삶의 목적이 있는 것일까. 




  <키스-2020>


  <키스-2020>를 보면 서로 다른 금속 재질의 토르소가 서로를 안은 상태로 멈춰있다. 가만히 보고 있자면 폼페이에서 화산 폭팔로 죽음을 맞이했을지도 모르는 어떠한 연인이 떠오른다. 이들은 아마 사랑을 했고 흘러내리는 용암이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순간까지 서로를 의지한 채 삶을 마감했을 것이다. 서로를 껴안은 채로 오랫동안 굳어있던 두 명의 토르소가 어느덧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더욱 강렬한 포옹을 통해 하나의 몸이 된다. 이 세상의 대부분 물질은 썩어 없어지거나 형태가 변형된다. 물질은 굳고 부패하고 없어지지만, 그들이 사랑했던 마음과 강렬한 정신은 무한의 시간 속에 영원히 남아있다. 


 나는 던져오는 질문에 응답했다. 그리고 그의 작업에서 희미한 희망을 보았다. 인간에 대한 구원은 사랑안에서, 그리고 사랑을 통해 실현된다. 작가의 작업을 통해 살아있음과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우리의 삶은 의미를 찾기 위해 숨이 끊어지는 직전까지 끊임없이 애쓰는 존재일 것이다. 그리고 거머잡는 죽음의 순간에서야 인생의 참뜻을 알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한다. 작가는 그간 10년의 시간동안 작업실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삶과 씨름했다. 그리고 그간 비밀리에 진행됐던 그의 이야기가 이제 세상 밖으로 펼쳐진다. 삶의 의미를 놓고 치열하게 싸우는 그의 태도와 그의 작업에 찬미를 보낸다.  

 

 나는 내 영혼이 사방을 뒤덮고 있는 음울한 빛을 뚫고 나오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것이 절망적이고 의미 없는 세계를 뛰어넘는 것을 느꼈으며, 삶에 궁극적인 목적이 있느냐는 나의 질문에 어디선가 "그렇다"라고 하는 활기찬 대답 소리를 들었다. 

-빅터 프랭클린 <죽음의 수용소에서>



 

 

에코락 갤러리

이화수 큐레이터

 

 



 

                                                                                                                                                                                                                                                                               

 

정동암

 

 

2015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미디어공학과 박사

2000 광운대학교 정보과학기술대학원 뉴미디어학과 석사

1992 중앙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석사

1990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학사

 

개인전

1995 제4회 개인전 샘터스페이스

1994 제3회 개인전 금호미술관

1992 제2회 개인전, 제3갤러리 

1991 제1회 개인전, 나 갤러리


단체전

2019 신당창작아케이드 10주년기념

2017 제5회 가톨릭미술국제공모전 수상작 전시(최우수상) 

2004 제3회 서울국제미디어 비엔날레, 서울시립미술관

2003 The NUDE전, 사바나미술관

2003 10년 후, 가나아트센터

2002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디렉터

2001 현대미술 상처와 치유, 예술의전당 한가미술관

2001 디아나의 노래, 아르코미술관

1999 종로아트갤러리 개관기념전 

1997 우리시대의 초상-아버지展, 성곡미술관

1992 제3회 INTO 展, 나 갤러리 


저서 

2007 <미디어아트, 디지털의 유혹>, 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미디어아트>, 커뮤니케이션북스 


수상

제5회 가톨릭미술국제공모전 수상작 전시(최우수상) 

동아미술대전 (특선)


레지던시 

2011-2014(2,3,4,5기) 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아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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