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접기로 접힌 대상은 각각 어떠한 특정 기억들을 상징한다. 의미를 상실해버린 말과 행동들은 오로지 내 기억 속에서만 실재한다.  개개인의 기억들은 사소한 것,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으로 치부되기 쉽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작아 보이고 하찮아 보이는 기억일지라도 기억주인의 머릿속에선 하이라이트 영상마냥 편집된 채 상영되고 있을 수 있다. 나 또한 기억을 끊임없이 상영하는 사람이다. 지나간 기억들을 자꾸자꾸 부풀리고 덧붙여서 계속 무대로 올려 보낸다. 비중이 없는 사소한 기억을 들춰보기도 하고 감당키 어려운 무거운 기억을 바라보기도 하는데, 기억은 찰나의 것인지라 점점 왜곡되고 변질되며 나중에는 그 원형이 어땠는지 찾기 어려울 만큼 변하곤 한다. 내 머릿속 무대에 올라온 기억들이 처음 그 순간에 어떤 모습을 띠었는지, 기억을 바라보는 그 순간의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풍화작용을 겪지 않은 상태로 남겨두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