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樂 갤러리’ 아트컬럼입니다.

이보윤 개인전/행복이 사는집

에코락갤러리 대표 장현근 | 201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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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윤 개인전/행복이 사는집]

    저명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 교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을 모두 잊은 채로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나는 상태를 몰입[Flow]이라고 했는데, 이는 불교에서는 일체의 상념을 버리고 오직 한가지에만 집중하는 삼매[三昧], 정신이 한곳에 집중되어 스스로의 존재마저 망각한 무아지경[無我之境]과 상통합니다.특히 모든 예술가들의 경이로운 작품의 탄생 배경에는 무념무상 상태에서의 이런 탈아의 과정이 있습니다. 

    니체는 그의 명저<비극의 탄생>에서 이런 몰아[沒我],즉 디오니소스의 광기에 대해 언급합니다. 자신을 잊고, 또 다른 나인 무의식 상태에서 행하는 예술적 행위는 쾌감을 주며 작가 스스로 미치도록 행복한 자신을 만나는 순간입니다.수많은 예술가들은 왜 밤을 지새우며 특정 주제나 작업에 몰두하는지 그 철학적 배경이기도 하죠.낭만주의 철학자 셸링은 예술작품은 결과적으로 인간의 의식적 창조물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무의식이 그 창조의 근원이라고 했습니다.즉 작가는 자신의 무의식과의 접신[接神]을 통하지는 않고서 작품을 완성 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작가 이보윤은 습관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런 디오시소스적 몰입상태에 빠져듭니다.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새 작업하다보면 어느새 새벽이 되는 경험! 자기 자신을 잊고 내 안의 또다른 나를 불러내 작업을 하지요. 그동안 몸은 혹사당하고 괴롭지만, 뇌 만큼은 시공간개념을 자각하지 못할 정도의 쾌감을 얻는 행복한 상태...바로 니체가 말하는 '디오이소스적 광기’이자 칙센트 미하이교수의 몰입이며,불교에서의 삼매가 아닌가 합니다.

    집과 꽃은 작가 이보윤이 삼매의 상태에서 채집한 ‘채집’한 행복의 상징물입니다.그가 수만채의 집을 반복적으로, 집요하게 그리며 터득한 진리는 바로 집이 삶과 가족의 매개체를 넘어서 행복의 근원이라는 것입니다.작가는 자신의 삶이 있는 '집'을 인과의 법칙으로 자연스럽게 그릴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합니다.우리는 또한 작가의 작품내에서 꽃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는 왜 꽃을 왜 아름답다고 느낄까요? 특히 꽃을 주관하는 여신인 '플로라'는 미술사에서 미술과 가장 관계가 깊은 오브제였습니다.인간과 꽃의 관계는 서로 생존과 번식을 위한 공생이라는 오묘한 자연의 섭리입니다.인류는 아름다운 꽃 뒤에는 반드시 생존과 관련있는 열매가 열린다는 것을 알았으며,그 열매는 인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주식이었습니다.꽃 또한 이런 인간의 습성을 역이용 했겠지요.인류에게 꽃은 단숨한 아름다움을 넘어선 생존본능으로 인식하게 되는 대상이었으며 그 인식코드가 바로 우리가 꽃을 보면 느끼는 미[美]인 것입니다.오랜시간 꽃의 미[美]에 치명적으로 각인된 인간의 뇌는 비록 그 열매가 쓸모가 없더라도 美 자체의 가치를 인식하게 됩니다.드디어 관상용 꽃 조차도 인류와 동거하게 되는 순간이죠.

    작가 이보윤은꽃에 둘러쌓인 집을 달콤하고 행복한 집이라고 정의합니다. 작가의 언급대로 우리는 무수한 '삶'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그 모든 삶이 '행복한 삶'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공동체적 의지가 담겨있지요.비록 작가의 그림을 접하는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간절한 행복이 온전히 다 내것이라고 느낄 때 찾아오는 ‘마음의 평온’함을 이야기 합니다.행복의 또 하나의 고요한 모습인 ‘평온’은 한민족의 고유의 미의식입니다.고요함 속의 평온 보다는 일상의 분주함 속에 평온이 더 값진 법입니다.작가는 바로 번잡하고 분주한 일상 속에서의 평온을 작품에 담았습니다.작가 스스로 미치도록 행복하고 신명난 상태의 몰아에서 시작된 작업은 한민족 고유의 미의식인 평온미로 발현되며, 이윽고 작품은 작가의 공동체 의지가 반영되어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