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樂 갤러리’ 아트컬럼입니다.

미술시장 대중화

에코락갤러리 대표 장현근 | 20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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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대중화

                                                                                                      

 

        에코락갤러리 대표 장현근 

  

  ‘암스테르담 시장에서는 수준 높은 미술품이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으며, 구매자 대부분은 소시민과 농부다. 일부 농부는 2,000~3,000파운드의 그림을 소장하다, 다시 막대한 이윤을 남기고 되팔기도 한다’ 이 꿈같은 이야기는 1641년 영국의 패트런이자 컬렉터인 존 에벌린의 회고록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도대체 17세기 네덜란드에 무슨 일이 있어났던 것일까요? 

  


 

  이보다 앞선 1602년 인류의 경제와 자본사에 길이 남을 회사가 네덜란드에 설립됩니다. 바로 동인도 회사입니다. 당시 유럽은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이 투자한 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함으로써 큰 수익을 얻게 되자, 식민지 투자 붐이 대유행을 합니다. 이때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는 소수의 자본가나 왕가에게서 투자 받는 다른 나라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입니다. 즉 불특정 다수의 소시민에게 정복 무역자금을 조달 받아 선박 건조, 용병 고용으로 대규모 선단을 구성한 다음 무역에 투자하는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선보이게 되죠. 이후 동인도 회사는 인도네시아를 정복하여 200여 년간 통치를 하여 투자자인 소시민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되돌려 줍니다. 존 에벌린이 본 그림이 자유롭게 거래되고, 농부까지 포함한 대중이 참여한 미술시장 풍경은 바로 이런 배경 아래 형성된 것입니다. 심지어 일부 작품들은 외국에 수출까지 하게 되는 호황기를 맞게 됩니다.

 

  과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처럼 미술품의 대중화가 일어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여러 지엽적인 회의론을 뒤로하고, 당시 네덜란드 상황과 견주어 몇 가지 낙관적인 전망을 해 보고자 합니다. 우선 무역부분입니다. 산업통상부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수출액 6,000억을 넘겨, 세계 6위의 수출 강국입니다. 무역규모 또한 1조 1,00억 달러를 기록하여 세계 9위의 무역 강국이기도 합니다. 무역으로 인한 경제 호황기에 미술시장의 대중화가 가능했던 네덜란드와 매우 유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물론 식민지 침탈 무역이 아닌 평화로운 방법으로말이죠.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로는 유일하게 그런 기록을 달성했다고 하니 더욱 경이롭습니다.

 

  식민지 정복 무역에 본인들 대신 용병을 고용해 보낸 네덜란드 소시민들은 자기들이 분산 투자한 회사나 배에 대한 정보의 수집 및 분석, 그리고 해석이 곧바로 수익과 직결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당연히 각종 정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그동안 왕족과 귀족, 성직자에 독점되었던 지식과 정보에 눈을 뜬 셈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하워드 가드너가 말한 ‘Well-educated people’으로 17세기 네덜란드인들 조차 상상할 수 없는 지식과 정보로 무장되어 있습니다. 또한 무역 호황으로 인한 자본의 과잉 상태였던 17세기 네덜란드처럼 1,000조가 넘는 시중 부동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림 소장이 소시민부터 부유한 자본가까지 인정받는 투자방식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하루빨리 패배적인 회의론을 버려야 하겠습니다. 2019년 새해에는 꿈에 그리던 미술시장의 대중화에 대한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전망을 조심스럽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