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 관계 자체는 어떠한 단어나 형태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것이지만 작가는 관찰한 나무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에서 인간의 다양한 역할과 관계, 그 속에서 느껴지는 여러 감정을 이입해 볼 수 있었다. 작가는 매일 수년간 지나는 길목에 자리한 아름드리 나무들을 보며 그 거리를 지나는 시간, 계절, 그리고 그 당시 본인의 감정 상태에 따라 같은 나무의 모습도 다르게 관찰되는 경험을 통해 작품의 소재로 삼게 되었다. 그것은 자연(나무)이 가진 특유의 시간성에 따른 감성의 전이이자,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 공존하며 모든 생애와 나란히 했던 역할에 대한 상징화 작업으로 작가의 화폭 안에서 시각화 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한 순간이 아닌 대상에 누적되어 내재된 시간성을 담아내고자 하는 연구로 진행되는 작품으로, 이것은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를 만들어 내게 되며 작가의 눈을 통해 바라본 풍경과 정취를 함께 화면 위에 담아내고 있다. 화면 속 나무의 이미지는 단순히 그 날 그 순간의 풍경이 아닌 그 나무가 견뎌낸 시간과, 작가가 느끼는 그 시간의 정취가 함께 녹아있는 풍경인 것이다. 이로 인해 대상에 켜켜이 쌓인 경험과 누적된 시간을 드러내게 되며, ‘기억을 담은(여기서 기억을 담았다는 것은 어떤 특정한 기억이 아닌 관람자의 기억에 따라 각자 자신만의 기억이다) 나무’가 그려지게 되는 것이다.